본문 바로가기
일상

노총각 노처녀와 소개팅한 썰 (왜 우리는 결혼을 못했을까)

by Moamoa1 2024. 8. 10.
728x90
반응형

3040 연애이야기

제 개인의 경험담을 한 번 적어보겠습니다. 노총각인 제가 노처녀와 소개팅을 한 썰.

왜 우리는 결혼을 못했을까를 고민하면서 몇 가지 정리해봅니다. 

기대치가 다르다

지인을 통해 소개를 받고 나갔습니다. 나이가 나이이기 때문에 사실상 특별한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만나야 되는 것이 어쩌면 노총각, 노처녀들의 상황일 것입니다. 소개를 받고 나갔는데 상대는 이미 저의 사진과 카카오톡 프로필을 충분히 본 상태였고, 상대가 제 번호를 먼저 받았기 때문에 저는 상대가 카카오톡을 정리한 후에 보게 되었습니다. 

 

남자인 나는 사진을 걸어두었고 여자인 상대는 사진을 뺀 상황. 저는 얼굴도 모르고 만난 셈입니다. 

얼굴을 보았다면 이미 생각을 접고 말고 어떻게 했을지 몰라서 혹시나 여자 쪽에서 그런 것 같지만 저는 그래도 만나보려고 했을 겁니다. 막상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니 기대치가 다르다는 것을 정말 여실히 느꼈습니다. 

 

이 기대치가 엄청 큰 것이 아닙니다. 뉴스에서 나오는 것처럼 뭐 남자가 한 10억씩 들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인터넷에서 말하는 것처럼 서울 자가 아파트에 외제차, 현금 잔고 얼마 이런 것도 아닙니다. 평범한 수준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이 요구치 마저도 서로가 서로에게 요구하는 정도가 달랐던 것 같습니다. 

 

돈이란 사정이 있는 것인데 서로의 사정을 고려하지않고 그냥 그 나이가 되었으니까 그 정도 모았겠지 하는 느낌. 

이 기대치가 대화하는 내내 약간 바닥에 딸린 돌부리 같았습니다. 이야기하다보면 걸려 넘어지고 이야기하다보면 걸려 넘어지고.   

과거를 말하지 않는다

저는 저의 과거에 대해서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자리가 자리라서 예의상 나쁘게 말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부풀리지도, 과거의 일에 대해서 폄하하거나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서 비난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말하기를 주저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결혼을 하지 못했는지, 그저 짧은 한 줄로만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혼기를 놓친 것 뿐이에요"

 

겉으로 볼 때 매력적인 여성이었고, 중소기업을 다니면서 모은 재산도 적지 않았고 그 나이에 맞게 잘 성숙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눠보니 무언가 숨기고 밝은 것 같은데 꿍꿍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전에 만난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밝고 맑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런 자리에서는 전혀 다른 사회적인 마스크를 쓰고 나온 느낌. 과거를 캐묻는 것이 실례일 수 있었지만 자신의 모습을 과감하게 드러내려 하지 않아서 오히려 숨기는 것이 많아 보였습니다.

 

노총각, 노처녀가 정말 혼기를 놓쳐서 나이가 들어버린 것이라면 숨길 과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하게 말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나중에 말할 수 밖에 없는 과거가 있다는 의미로 느껴졌습니다.  

상대를 위해 신경을 쓰는 것은 보인다

소개 받는 첫 날 정장까지는 아니지만 비즈니스 캐쥬얼로 정장을 갖추었습니다. 

상대방도 좀 신경을 썼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니네요. 상대는 내 사진을 봤고 나는 못 봤으니.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더운 날 밖에서 잠시 기다렸는데 정장 바지에 반팔을 가볍게 걸친 모습이었습니다. 

소개팅 의상도 아니고 그냥 나이게 맞게 일하러 갈 때 입는 옷 입은 느낌? 싫지 않았습니다. 과하지 않았고요. 

 

그런데 애프터 만남에서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 여실히 보였습니다.

아무 바지나 하나 걸치고 나온 모습. 첫 번째 보다 대충입고 나온 모습이었습니다. 예의 상 애프터에 응하고 나온 것 같아서 서 대화가 김이 샜습니다. 분명 본인도 좋아서 애프터를 받은 것일텐데 너무 대충 입고 나와서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소개해주신 분과 관계가 있으니까 갖추어 입고 나갔고 마지막까지 예의를 다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서로를 위한 예의, 신경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남자가 일방적으로 식당 고르는 것? 카페고르는 것? 동선을 짜는 것? 어디까지나 예의이고 배려인지, 어디까지나 남자의 영역이고 여자의 영역인지 알 수 없지만 여성분은 식당을 찾지도 동선을 고려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약속장소를 잡으면 알겠다고 대답한 것 뿐. 

 

정작 여성분이 거주하시는 곳으로 찾아간 셈이라 저보다 본인이 더 잘 그 동네를 알텐데 마지막까지 왜 이렇게 무심할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총각, 노처녀의 만남에서는 상대가 상대에게 신경을 쓰는 것이 보입니다. 사소한 배려라도 눈에 보이고, 말 하나 시선 처리 하나가 다 보입니다. 상대방의 조건이나 과거도 너무 중요하겠지만 사소한 것이 눈에 들어와 마음을 좌우하게 됩니다. 

 

평생을 살아야 할 인연이라면 상대가 나를 위해 신경쓰고 있다는 느낌을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요? 

맞벌이와 외벌이

이 문제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출산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도 중요하고 맞벌이냐 아니냐도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정서 상 결혼을 전제로 만나게 되면 사실상 외벌이로 가는 여성이 더 많을 것입니다. 

당장 아이가 생기는 것이 아니니 맞벌이 하다가 외벌이로 가는 것이라면 모를까 외벌이가 전제가 되어 만나는 만남은 대화의 구성이 달라집니다. 

 

제가 했던 소개에서는 이 부분이 쟁점이었습니다. 

여성 분은 외벌이를 원했고, 저는 맞벌이를 원했는데 여성분은 일을 더하고 싶다고, 꿈이 있다고 말해놓고 정작 외벌이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그 말인 즉슨 제가 벌어놓은 재산, 앞으로 벌어올 재산, 자산으로 꿈을 이룬다는 말과 다르지 않으니까요, 이게 무슨 말인가 생각을 하다가 결국 제가 내놓은 답은 외벌이는 좋은데, 생활비를 줄여서라도 생활이 가능하면 그렇게 하라는 답이었습니다. 

 

일그러지는 여성분의 얼굴. 인터넷에서 500, 600씩 번다는 말을 사실로 믿은 것일까요. 

아니면 제가 돈을 잘 벌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제가 그만큼 벌고 있는데 여성분이 말하는 것처럼 제가 외벌이를 원하지 않는 것일까요.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여성분의 씀씀이와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 들었을 때 저의 벌이로만은 감당하기 어려운 라이프스타일이었습니다. 

 

해외 여행도 꼬박 가야하고..국내 여행도 자주 가야하고. 

글쎄요. 아이를 당장 낳아 기른다고 해도 모자랄 급여인데 여행에 패션에 여가에..흠.

 

결국 이 대화가 저와 그 분의 사이를 갈라지게 하는 결정적인 대화가 되었습니다. 

기준을 정해두고 만나지 말자

결론적으로,

 

노총각, 노처녀의 결혼은 기준을 정해두고 만나면 안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저만의 기준이 있지만 최대한 없애려고 했는데 상대는 기준을 정해두고 거기에 부합하는 사람을 찾는 것 같았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바뀔 줄 알고 기준을 정해둔 것인지. 

 

한편으로 그 기준을 만족하지 못해서 제가 결혼을 못한 것일까,

그 분은 그 기준을 너무 밀어서 거기에 적합한 남자를 찾지 못한 것일까 생각했습니다. 

 

외모나 몸매나 커리어나 집안이나 모든 면에서 빠질 것이 하나 없는 여성이셨는데 나이가 차도록 아무도 데려가지 않은 것이 저는 내심 이상했습니다. 정상적인 남자들이 절대 데려가지 않을리가 없는데, 모두 저와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이라는 것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데 여성 분은 아직 저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었나봅니다. 

 

반응형
LIST